봄이 오면 나는 꽃을 본다. 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꽃들은 사실은 자신이 이곳의 주인임을 증명하듯이 고개를 든다. 그래서 나는 꽃속에서 그녀를 찾는다. 봉우리의 중심에서 그녀를 찾아낸 나는 그녀를 키우기 시작한다. 나의 눈물을 떨구고 나의 피를 머금게 한다. 나의 영혼을 불태워 꽃을 피운다.
행복하다. 나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꿈과 희망이 여기에 있다. 나는 행복하다.
여름이 오면 나는 바다를 본다. 바위를 갉아먹는 파도는 끝없는 배고픔을 잊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그 행위에서 난 그녀를 찾는다. 파도가 지나가고 남은 하얀거품에서 그녀를 찾아낸 나는 파도에 몸을 던진다. 온몸의 살갗을 드러내고 몸을 맡긴다. 파도가 나를 덮쳐 배고픔을 잊는다.
행복하다. 나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꿈과 희망이 여기에 있다. 나는 행복하다.
가을이 오면 나는 나무를 본다. 나무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옷을 벗는다. 떨어지는 단풍 속에서 그녀를 찾는다.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단풍잎에서 그녀를 찾아낸 나는 뜨거운 불씨를 건넨다. 나의 수족과 함께 불씨를 키운다. 화려한 불꽃 속에서 단풍은 잠든다.
행복하다. 나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꿈과 희망이 여기에 있다. 나는 행복하다.
겨울이 오면 나는 하늘을 본다. 자신들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외치는 듯 흉흉한 소리를 내지른다. 눈에 잡히는 모든 공간 속에서 그녀를 찾는다.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지 못한 나는 기다린다. 살이 찢기고 뼈가 갈리면 그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윽고 나는 그녀 밑으로 자취를 감춘다.
행복하다. 나의 모든 것이 여기에 있다. 꿈과 희망이 여기에 있다. 나는 행복하다.
그녀를 살리고나를 죽인다. 나를 살리고 그녀를 죽인다. 그러니까 행복하다. 그녀의 존재가 행복이다. 나의 존재가 행복이다. 그러니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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